중동 전쟁의 장기화가 단순한 지정학적 리스크를 넘어 전 세계 금융 시장과 실물 경제 전반을 뒤흔들고 있습니다. 특히 에너지 다소비 제조업 국가인 한국은 그 충격파를 정면으로 맞고 있으며, 코스피를 비롯한 국내 증시도 요동치고 있는 상황입니다.

중동 전쟁이 한국 증시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
중동 전쟁이 발발하자 코스피는 역사적인 급락을 기록했습니다. 신용증권 리서치 센터 김학균 센터장에 따르면, 전쟁 발발 직후인 3월 3일과 4일 이틀에 걸쳐 코스피는 급락했으며, 특히 3월 4일의 하락률은 코스피가 출범한 1980년 이래 단일 일간 기준으로 가장 큰 하락률로 기록되었습니다. 이는 명실상부한 역사적 현장이었습니다.
이처럼 한국 증시가 유독 큰 폭의 조정을 받은 데는 몇 가지 구조적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전쟁 발발 이전까지 코스피가 압도적으로 많이 올라 있었다는 점입니다. 자산이 수직에 가깝게 급등한 상태에서 외부 충격을 받으면, 조정 폭도 그만큼 가파르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둘째, 한국과 일본이 전 세계에서 가장 큰 폭의 하락률을 기록했다는 사실은 단순한 우연이 아닙니다. 두 나라는 모두 GDP 대비 제조업 비중이 높고 에너지 자립도가 극히 낮으며,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구조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반면 중국은 에너지 자립도가 약 90%에 달하고, 심지어 전쟁 발발 이전에 대중(對中) 원유 공급 유조선의 물동량이 오히려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금융 시장이 지정학적 위험에 대해 '지혜로운 예언자'처럼 행동하는 것으로 오해받기도 하지만, 김학균 센터장은 이를 단호히 부정합니다. 금융 시장은 지혜로운 예언자가 아니라 '성실한 수험생'에 가깝다는 것입니다. 과거의 사례를 참고하여 미래를 추론하는 방식으로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91년도 걸프전, 2003년 걸프전, 2019년이란-미국 충돌 등 과거의 중동 전쟁 사례들을 살펴보면 한국 시장이 장기적으로 큰 영향을 받지 않았는데, 이를 두고 "전쟁이 증시에 영향을 안 준다"라고 해석하면 안 된다고 강조합니다. 그 전쟁들이 단기간에 끝났기 때문에 영향이 제한적이었던 것일 뿐입니다. 만약 이번 중동 전쟁이 장기화된다면, 과거의 패턴이 그대로 반복될 것이라는 보장은 전혀 없습니다.

공급망 쇼크가 한국 경제에 가져오는 삼중 충격
중동 전쟁이 단순히 증시를 흔드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실물 경제에까지 파고드는 핵심 경로가 바로 공급망 쇼크입니다.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호르무즈 해협 봉쇄나 항공로 차단 등으로 중동으로부터의 원자재 조달이 막힐 수 있으며, 이는 한국 제조업 전반에 직접적인 타격을 줍니다.
한국은 반도체를 비롯한 각종 제조품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를 200여 개 나라로부터 조달합니다. 그 중 헬륨과 같은 반도체 소재 일부는 중동 지역에서 가져오는 것들입니다. 바닷길이 막히거나 항공로가 차단되면 이러한 공급망이 단절되어 생산 자체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비닐 생산의 핵심 원료인 나프타 역시 원유 가격 급등과 공급 불안정으로 직격탄을 맞으며, 이는 일반 소시민의 생활 물가에까지 파장을 미칩니다.
공급망 쇼크가 한국 경제에 가져오는 충격은 단순히 원자재 가격 상승에 그치지 않습니다. 원자재 가격 상승, 환율 상승, 해상 운임 급등이라는 세 가지 요인이 동시에 곱해져 작용하는 '트리플 부담' 구조가 형성됩니다. 이미 가계 부채 증가로 재정 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진 한국 입장에서 이 삼중 충격은 매우 불리한 구조입니다.
김학균 센터장은 더 큰 구조적 변화에도 주목합니다. 코로나 팬데믹, 미중 갈등, 한일 소재 분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공급망 위기를 촉발하는 이벤트가 2년에 한 번꼴로 반복되면서, 기업들이 재고를 최소화하는 '적시생산(JIT)' 방식에서 벗어나 재고를 넉넉히 쌓아두는 방향으로 전략을 선회하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이는 기업의 비용 구조를 높이는 비효율적 전환을 의미하며, 결과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잠재적으로 자극할 수 있는 힘을 만들어 냅니다. 세상은 상당히 비싼 코스트를 지불하면서 살아가야 하는 '고비용 구조'로 전환되고 있다는 경고입니다. 유가가 150달러에 달했던 2007~2008년, 2011년의 경험처럼 경제는 자정 작용을 통해 결국 적응하겠지만, 그 과정에서 치러야 할 대가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미국 국채 금리가 한국 증시의 진짜 바로미터인 이유
중동 전쟁 자체의 증시 충격보다 훨씬 더 무서운 것은 그로 인해 파생되는 세 가지 연쇄 작용, 즉 공급망 교란 → 인플레이션 → 통화정책 기조 전환입니다. 김학균 센터장은 이 세 가지야말로 한국 증시의 방향을 결정하는 진짜 변수라고 강조합니다.
이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입니다. 전쟁은 현재까지 4년 넘게 지속되고 있지만, 금융 시장이 본격적으로 영향을 받은 시기는 2022년 한 해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2023년과 2024년에는 전쟁이 계속되었음에도 글로벌 증시가 오히려 강세를 보였습니다. 2022년에 증시가 폭락한 진짜 이유는 전쟁 그 자체가 아니라, 러-우 전쟁이 촉발한 국제 유가 급등이 2020~2021년의 과잉 유동성과 맞물려 인플레이션을 폭발적으로 자극했고, 이에 대응한 미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 즉 긴축 기조가 금융 시장 전반을 뒤흔들었기 때문입니다. 2023년 이후 인플레이션이 둔화 국면에 접어들자 전쟁이 계속되는 상황에서도 시장은 영향을 받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구조를 이해하면 왜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가장 중요한 지표인지 명확해집니다. 유가는 물가에 영향을 주고, 물가는 소비자물가지수(CPI)로 집계되지만 이는 한 달에 한 번만 발표됩니다. 반면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금융 시장의 집단 지성이 유가, 인플레이션, 통화정책 기대를 매일 실시간으로 반영하는 지표입니다. 실제로 2025년 3월 18일 현재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3.2% 전후를 오가고 있으며, 이는 전쟁 발발 이전 연중 고점인 3.3%와 큰 차이가 없습니다. 러-우 전쟁 당시 금리가 2%에서 단기간에 3%, 이후 4%까지 스트레이트로 치솟았던 것과는 전혀 다른 양상입니다. 글로벌 증시가 극단적 패닉 상태에 빠지지 않는 것도 결국 미국 국채 금리가 발작적인 급등 없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말하면, 향후 전쟁 장기화로 인해 국제 유가가 고공권에서 유지되고 이것이 미국 국채 금리를 후행적으로 밀어 올리기 시작한다면, 그것이 한국 증시를 비롯한 글로벌 증시에 본격적인 조정 신호가 될 것입니다.
중동 전쟁의 장기화는 단순한 지정학적 갈등이 아닌, 공급망 쇼크와 인플레이션, 그리고 통화정책 전환이라는 복합적 파장을 만들어냅니다. 에너지 자립도가 낮고 제조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로서는 이 충격이 고스란히 전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과 이란의 빠른 협상 타결을 통해 전쟁의 장기화가 조기에 차단되기를 바라며, 투자자들은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를 면밀히 주시해야 할 것입니다.
[출처]
영상 제목: 중동 전쟁보다 더 무서운 것. 한국 증시를 흔드는 진짜 변수 3가지 | 경읽남과 토론합시다 | 김학균 센터장_1편
채널: 경읽남과 토론합시다
링크: https://www.youtube.com/watch?v=Fgo5LCKDu_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