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를 비롯한 생성형 AI의 확산이 단순한 기술 트렌드를 넘어 실제 고용 시장을 뒤흔들고 있습니다. 2023년을 기점으로 국내 채용 공고가 눈에 띄게 줄어들기 시작했으며, 이제 AI발 일자리 지각 변동은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생성형 AI 확산 이후 채용공고 급감, 무엇이 사라지고 있는가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고용노동부가 고용 서비스 통합 플랫폼 고용 24의 7년 치 채용 공고를 분석한 결과는 충격적입니다. AI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은 직군으로 분류된 34개 직종의 채용 공고는 2019년 72,600여 건에서 2022년 104,400여 건으로 증가했다가, 2024년 기준 집계에서는 45,600여 건으로 불과 3년 만에 56.3%나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경리 사무원, 사무 보조원, 회계 사무원, 전산자료 입력원 등이 이 34개 직종에 포함되어 있으며, 이들은 반복적이고 정형화된 업무를 주로 담당해 온 직군입니다. 전체 채용 공고 역시 2022년 148만 8,715건에서 2024년 기준 98만 5,400여 건으로 3년 전 대비 33.8% 줄었습니다. 고용 24의 분석 대상 788만여 건의 채용 공고는 대부분 중소기업이 올린 구인 공고라는 점에서, 이번 감소의 충격은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 현장에서 먼저 가시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채용 공고 감소가 본격화된 시점이 생성형 AI가 일상과 업무에 침투하기 시작한 2023년과 정확히 맞물린다는 점입니다. 단순히 경기 불황이나 기업 구조조정의 결과가 아니라, AI 기술 도입이 직접적인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입니다. 과거 컴퓨터가 등장했을 때도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 소멸을 걱정했지만, 결국 새로운 직업이 창출되며 균형을 맞춰왔습니다. 그러나 이번 생성형 AI의 확산 속도는 과거와는 차원이 다릅니다. 컴퓨터가 수십 년에 걸쳐 산업에 스며들었다면, AI는 불과 2~3년 만에 사무직 전반을 재편하고 있습니다. 해외에서는 이미 '블랙팩토리(Black Factory)'라 불리는 완전 자동화 공장이 가동 중입니다. 조명을 켤 필요도, 출근할 인력도 필요 없이 24시간 로봇이 쉬지 않고 돌아가는 이 공장의 존재는 제조업의 미래가 어떻게 흘러갈지를 명확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무직 역시 예외가 아닙니다. AI가 데이터 입력, 문서 작성, 회계 처리 등을 인간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수행할 수 있게 된 지금, 중소기업들이 굳이 사람을 고용해야 할 이유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이 냉혹한 현실입니다.

IT업계 직격탄, 개발자조차 안전하지 않은 시대
흔히 AI 시대의 수혜자로 여겨지던 IT업계조차 직격탄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국가 데이터 취업자 통계에 따르면 2024년 2월 소프트웨어 개발 등 IT업계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약 42,000명 감소했습니다. 중소기업의 IT 분야 채용 공고 역시 2022년 대비 지난해 크게 줄어든 것으로 집계되었으며, 웹 개발자, 응용 소프트웨어 개발자, 모바일 앱 프로그래머 등이 모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더욱 주목할 만한 것은 국내 IT 대기업에서 감지되는 분위기입니다. 한국 MS(마이크로소프트)는 인사 업무에 배치된 인력을 최소화하며 부서 이관이나 채용을 AI로 처리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구글 코리아 노조는 지난해부터 본인의 업무를 자동화해서 대체할 수 있도록 하라는 요구를 사측으로부터 받았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즉, AI를 만드는 회사마저 자사 직원들에게 AI로 자신의 업무를 대체하라고 요구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 상황은 단순한 '효율화'의 문제를 넘어, 노동 구조의 근본적인 재편을 의미합니다. 개발자라는 직업은 오랫동안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직군으로 각광받으며 청년들이 너도나도 뛰어들었습니다. 코딩 교육 열풍이 불고, 부트캠프와 국비지원 교육 과정이 우후죽순 생겨났으며, 많은 청년들이 개발자로서의 커리어를 꿈꿨습니다. 그러나 이제 AI는 간단한 코드 작성부터 복잡한 알고리즘 구현까지 스스로 처리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GitHub Copilot, 커서(Cursor), 챗GPT 등의 AI 코딩 도구들은 개발자의 생산성을 높이는 동시에, 기업이 필요로 하는 개발자 인력의 총량을 줄이는 이중적 효과를 낳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IT 업계 역시 저마다 빠르게 AI 기술을 내재화하고 있으며, 이 흐름 속에서 중소기업의 IT 채용 문은 점점 좁아지고 있습니다. 기술의 발전은 분명 사회 전반의 생산성을 끌어올리지만, 그 과정에서 누군가는 자신이 쌓아온 전문성을 하루아침에 AI에게 내어주어야 하는 상황이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AI 취약계층으로 떠오른 신입, 청년 고용 위축의 구조적 문제
AI발 일자리 충격에서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깊이 상처를 입는 집단은 바로 아직 일자리에 진입조차 하지 못한 신입 청년들입니다. 한국은행이 2024년 10월 공개한 'AI 확산과 청년 고용 위축' 보고서는 AI에 많이 노출된 업종에서 청년 고용이 크게 줄었다는 사실을 데이터로 입증했습니다. AI발 일자리 지각 변동으로 여성 중소기업 구직자, IT업계 종사자, 경력 없는 신입직 청년 등이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이 문제의 본질은 단순한 '경쟁'의 문제가 아니라 '진입 장벽'의 문제입니다. 기업들은 AI를 도입함으로써 경험 없는 신입 사원을 훈련시키는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과거에는 사무 보조, 전산자료 입력, 경리 보조 등의 직무가 신입 사원들이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입문 직군'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이제 이 직군들이 AI로 대체되면서, 청년들이 경력을 쌓을 수 있는 첫 번째 계단 자체가 사라지고 있는 것입니다. 경력이 없으면 취업을 못하고, 취업을 못하면 경력을 쌓을 수 없는 악순환이 AI 시대에 더욱 심화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여성 중소기업 구직자들 역시 AI 취약 계층으로 분류되고 있다는 점은 젠더 불평등의 관점에서도 심각하게 바라봐야 할 부분입니다. 사무 보조, 회계, 경리 등 전통적으로 여성 취업 비율이 높았던 직군이 AI 대체 가능성이 높은 직종으로 분류되기 때문입니다. 기술 혁신이 사회적 약자에게 더 가혹하게 작용하는 현상은 과거 산업혁명 때도 반복되었습니다. 섬유 공장의 기계화로 가장 먼저 일자리를 잃은 것은 저숙련 노동자들이었고, 지금 AI 혁명에서도 같은 패턴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미 이 흐름이 시작된 지금, 청년과 취약 계층을 위한 사회 안전망 및 재교육 시스템의 정비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로 떠올랐습니다. 기술의 발전 속도에 정책이 뒤처지지 않도록, 지금 당장 구체적인 논의와 실행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AI가 몰고 온 고용 지각 변동은 이제 '예측'이 아닌 '현실'입니다. 채용 공고 급감, IT업계 인력 감소, 청년 취약계층 확대라는 데이터는 그 사실을 냉정하게 말해주고 있습니다. 기술의 발전은 거스를 수 없지만, 그 변화의 충격이 특정 계층에 집중되지 않도록 사회 전체가 함께 대비해야 할 때입니다. 지금은 단지 초입일 뿐입니다.
[출처]
'AI발 일자리 초토화' 한국도 '직격탄'..실직 사태 진짜였다 "이제 초입일 뿐" (자막뉴스) / SBS: https://www.youtube.com/watch?v=IQ6v7ZTf1I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