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 보도자료에서 한 줄을 한참 봤다.
"9월 24일 0시부터 27일 24시까지, 민자고속도로를 포함한 전국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
달력을 세어보니 나흘, 96시간이에요. 하이패스는 단말기 전원만 켜고 지나가면 되고, 일반 차로는 통행권을 뽑아서 내면 그 자리에서 면제 처리됩니다. 23일에 들어가서 24일에 나온 차, 27일에 들어가서 28일에 나온 차도 면제예요.
여기까지는 어느 기사에나 있는 내용이다. 제가 궁금했던 건 그다음이었어요. 그럼 이 나흘 치 통행료는 어디로 가는 걸까? 누군가는 안 받기로 한 거니까, 그만큼의 돈이 어딘가에서 빠져 있을 텐데요.
그래서 숫자를 거꾸로 따라가 봤습니다. 법 조문에서 시작해서 국정감사 자료까지 갔어요.
🚗 나흘이라고 적힌 한 줄에서 시작했다
먼저 이번 면제의 범위부터 확인했습니다.
| 항목 | 2026년 추석 |
| 면제 기간 | 9월 24일 0시 ~ 9월 27일 24시 (4일, 96시간) |
| 적용 대상 | 전국 고속도로 모든 차량 |
| 민자고속도로 | 포함 |
| 유류 할인 | 재정 고속도로 주유소 226곳, 리터당 100원 인하 |
민자고속도로까지 포함된다는 게 눈에 띄었어요. 민자 구간은 운영 주체가 민간 법인이라 "정부가 면제하겠습니다"로 끝날 일이 아니거든요. 누군가 손실을 메워줘야 면제가 성립합니다.
그럼 도로공사가 관리하는 재정 고속도로는요? 같은 방식일까? 이 질문에서 출발했습니다.
법 조문에는 "감면할 수 있다"라고만 쓰여 있었다
명절 통행료 면제의 근거는 유료도로법 제15조입니다.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조문을 열어봤어요. 제15조는 통행료를 어떤 기준으로 받는지 정한 조문인데, 명절 얘기는 3항과 4항에 있습니다.
제15조 제3항 — 유료도로관리청 또는 유료도로관리권자는 설날·추석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날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고속국도를 이용하는 차량의 통행료를 감면할 수 있다.
제15조 제4항 — 국가는 제2항 및 제3항에 따른 통행료 감면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지원할 수 있다.
두 번 읽고 나서 좀 멈칫했다.
3항도 "할 수 있다", 4항도 "할 수 있다"예요. 면제도 재량이고, 그 비용을 메워주는 것도 재량입니다. 의무 조항이 아니에요.
솔직히 저는 이 부분을 잘못 알고 있었습니다. 명절에 통행료를 안 받는 건 정부가 정책으로 결정한 일이니 당연히 정부 예산으로 메워주는 구조인 줄 알았거든요. 조문에는 그렇게 안 적혀 있었어요.
곁길로 한 번 샜는데, 법 이름이 유료도로법이에요. 유료로 쓰겠다고 정해둔 법 안에 무료로 하는 날이 들어 있는 구조다. 이름만 보면 짐작이 안 되는 자리에 명절 면제가 숨어 있었습니다.
🙋 해마다 명절 때쯤 되면 고속도로 통행료 무료는 이제는 당연하다는 민심이 있는 거 같다.
하지만 민자고속도로는 말 그대로 민자이기 때문에 예외로 있다. 그것 또한 재량인 듯하다.
그런데 이번 대책을 다시 보니 올해는 민자 구간까지 전부 포함이었어요. 대신 민자 쪽 손실은 정부가 따로 보전해주는 구조라, 같은 "면제"라도 재정 고속도로와는 돈이 흐르는 길이 다릅니다.
그 돈을 누가 메우는지 찾다가 국정감사 자료까지 갔다
"지원할 수 있다"가 실제로는 어떻게 굴러가는지가 궁금해졌어요. 그래서 올해 국정감사 자료를 뒤졌습니다.
마침 이번 주에 나온 게 있었어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부승찬 의원실이 한국도로공사에서 받은 자료입니다. 9월 21일 파이낸셜뉴스와 9월 22일 뉴스핌이 같은 자료를 각각 보도했고, 두 기사의 숫자가 일치하는 것까지 대조했습니다.
핵심은 이거예요.
- 2009년부터 2025년까지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감면액 총 5조 4,506억원
- 같은 기간 정부가 도로공사에 보전한 금액 0원
- 2025년 한 해 감면액 4,712억원 (통행료 수입 4조 4,024억원의 10.7%)
- 그중 명절 면제가 1,192억원, 전기·수소차 할인이 580억원
- 도로공사가 운영 중인 감면 제도는 면제 14종 + 할인 9종, 모두 23종

법에 근거가 없어서 못 준 게 아닙니다. 2009년 한국도로공사법, 2018년 유료도로법이 각각 개정돼서 공익서비스비용(PSO)을 국가가 부담할 수 있게 해뒀어요. 국토부도 2009년 이후 2024년 한 해만 빼고 매년 재정당국에 보전을 요청했습니다. 예산에 반영된 적이 없을 뿐이에요.
여기서 비교 대상이 하나 나옵니다. 코레일은 2025년에 3,623억원을 PSO 보전액으로 받았어요. 같은 공기업인데 한쪽은 받고 한쪽은 못 받습니다.
차이는 법 문장의 어미였습니다. 철도산업발전기본법은 공익서비스비용을 원인제공자가 부담하여야 한다, 보상계약을 체결하여야 한다로 적혀 있어요. 한국도로공사법과 유료도로법은 할 수 있다입니다.
"하여야 한다"와 "할 수 있다" 사이에 5조 4,506억원이 들어 있었다.
🙋 보전액이 0원이라고 나오길래 어?? 이래서??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뉴스에서 보면 매년 도로공사 적자 이야기를 많이 접했던 기억 때문이다.
숫자를 두드려봤다
기사에 나온 숫자를 그대로 옮기면 그건 제가 더한 게 없는 글이에요. 그래서 계산기를 꺼냈습니다.

| 계산한 것 | 결과 | 어떻게 구했나 |
| 연평균 감면액 | 3,206억원 | 5조 4,506억 ÷ 17년 |
| 2025년은 연평균의 몇 배 | 1.47배 | 4,712억 ÷ 3,206억 |
| 2025년 감면액 구성 | 명절 25.3% · 친환경차 12.3% · 나머지 62.4% | 4,712억을 셋으로 분해 |
| 누적액 = 통행료 수입 몇 년 치 | 1.24년치 | 5조 4,506억 ÷ 4조 4,024억 |
| 국토부 요구액 280억의 위치 | 2025년 감면액의 5.9% | 280억 ÷ 4,712억 |
| 280억씩 누적액을 메우면 | 194.7년 | 5조 4,506억 ÷ 280억 |
제가 가장 오래 본 줄은 마지막 두 개입니다.
국토부가 2027년 예산안에 요구한 PSO 보전액은 280억원이에요. 이 금액은 정부안에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반영이 됐다고 가정해도, 280억원은 2025년 한 해 감면액의 5.9%밖에 안 돼요. 명절 면제분 1,192억원만 놓고 봐도 23.5%입니다.
즉 요구한 금액 자체가 감면액을 메우는 수준이 아니라 "이 제도가 살아 있다"는 표시에 가까운 액수였어요. 그 표시조차 예산안에서 빠진 겁니다.
⚠️ 누적 5조 4,506억원을 연 280억원씩 메운다고 치면 194.7년이 걸립니다. 이건 제가 단순히 나눈 값이고 실제 예산이 그렇게 편성된다는 뜻은 아니에요. 요구액의 크기를 가늠해보려고 두드려본 숫자입니다.
친환경차 할인도 같이 봤습니다. 2021년 156억원에서 2025년 580억원으로 늘었어요. 4년간 약 3.7배, 연평균으로 환산하면 38.9%씩 증가한 셈입니다. 명절 면제는 연휴 일수가 정해져 있어서 크게 늘기 어렵지만, 친환경차 할인은 차가 늘어나는 만큼 자동으로 늘어납니다. 2025년 기준 감면액의 12.3%를 차지하는 항목이 매년 이 속도로 커지는 중이에요.
확인하지 못한 것, 그리고 남는 질문
이번 추석 나흘 치 면제액이 얼마인지는 끝내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2025년 명절 면제액 1,192억원은 나와 있는데, 그게 설과 추석 며칠씩을 합친 금액인지 일수를 확정하지 못했어요. 일수를 모르면 하루당 금액이 안 나오고, 하루당 금액이 없으면 올해 나흘 치도 역산이 안 됩니다. 짐작으로 칸을 메우느니 비워두는 쪽을 택했어요.
민자고속도로 보전액의 규모도 못 봤어요. 정부가 민자도로의 명절 면제 손실은 보전하고 있다는 사실까지는 확인했는데, 연간 얼마인지는 이번 자료에 없었습니다. 같은 고속도로인데 재정 구간은 0원이고 민자 구간은 보전된다는 게 이상하다. 여긴 다음에 따로 파보려고 해요.
한 가지는 분명히 해둘게요. 이 글은 통행료 면제를 없애자는 얘기가 아닙니다. 명절에 몇 만원 굳는 건 실제로 도움이 되는 일이에요. 다만 그 돈이 어디서 나오는지는 알고 쓰는 편이 낫다고 봅니다. 도로공사는 보전 없이 감면이 계속 늘면 결국 통행료 인상이나 서비스 축소로 이용자에게 돌아간다는 입장을 냈어요. 지금 공짜로 지나가는 톨게이트의 계산서가 몇 년 뒤 요금 인상으로 온다면, 그건 면제가 아니라 미뤄둔 청구입니다.
오늘 0시부터 열려 있는 그 톨게이트의 0원은 사라진 돈이 아니라 아직 청구서가 안 온 돈이었다.
🙋 명절에 어디 멀리를 나가 본 일이 많이 없어서 체감은 못했지만, 민자고속도로는 명절에도 정상 운임을 받는다고 매년 느꼈던 거 같다.
이번에 확인해보니 그것도 아니었어요. 제 기억이 언제 기준이었는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 출처
- 유료도로법 제15조(통행료 납부의 대상 등) 제3항·제4항 — 국가법령정보센터 법령 원문 (법률 제19684호, 2024. 2. 17. 시행)
- 철도산업발전기본법 제32조·제33조 — 공익서비스비용 부담 및 보상계약 규정
- 파이낸셜뉴스 2026. 9. 21. 「명절마다 통행료 감면… 道公 17년간 5조 손실」 — 부승찬 의원실이 한국도로공사에서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
- 뉴스핌 2026. 9. 22. 「명절마다 고속도로 무료인데…도공, 감면액 5조4506억원 떠안아」 — 같은 자료, 수치 대조 확인
- 국토교통부 「2026년 추석 연휴 특별교통대책」 — 통행료 면제 기간(9/24 0시~9/27 24시), 민자도로 포함, 주유소 226곳 리터당 100원 인하
- 위 자료의 금액을 나누고 비율로 바꾼 계산(연평균·구성비·5.9%·194.7년·38.9%)은 전부 직접 두드려본 값입니다.
※ 이 글은 제도 정보를 정리한 것이고 세무·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통행료 감면 대상과 절차는 차량 종류와 노선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본인에게 적용되는 내용은 한국도로공사 고객센터나 해당 민자도로 운영사에 확인해주세요.
✍️ 이 글을 쓴 사람
잭콕 | 지원금·세금·보험 제도를 공식 자료로 직접 계산해 확인합니다.
이 글의 숫자는 유료도로법 제15조 원문과 부승찬 의원실 국정감사 자료를 대조해 직접 계산했고, 2025년 명절 면제 일수와 민자고속도로 보전액은 확인되지 않아 본문 계산에 넣지 않았습니다.
오류를 발견하시면 jakcokjade@gmail.com 으로 알려주세요. 확인 후 수정하고 수정 사실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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